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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흔히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늘 소개할 『하루의 끝』은 정반대의 독자를 향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시달리고 지쳐서 돌아온, 바로 우리 어른들 말입니다.
책을 펼치면 팔과 다리, 머리마저 무겁게 느껴지는 ‘나’가 등장합니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그 낯선 무게감.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그 순간을, 작가는 화려한 설명 없이 담담한 그림 몇 장으로 보여줍니다.
나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나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것. 그 단순한 행위 하나로 복잡했던 생각과 걱정, 미련들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지금 이 순간, ‘오늘’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색의 쓰임입니다. 이야기 초반의 ‘나’는 온통 무채색입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먹빛의 존재. 그러다 머리를 덜어내듯 비워내며 깊게 숨을 들이쉬는 순간, 가슴 한편에서 초록빛이 새어 나옵니다. 먹으로만 채워졌던 화면에서 처음 등장하는 색이 바로 이 초록이고, 작가는 이 색에 ‘마음’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안정적이고 단단한 초록, 그것이 곧 마음이었다.
‘마음’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머리의 문을 열어젖히며 본격적으로 머릿속 세계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화면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파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붉은 머리들. 불안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이 빨강을 작가는 ‘생각’이라 부릅니다. 흩어지고 어지럽게 떠도는 생각들 사이에서, ‘마음’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싸움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살아내는 ‘하루’라는 것을, 책은 조용히 일러줍니다. 특별한 사건도, 거창한 교훈도 없습니다. 그저 색과 여백, 그리고 절제된 먹선만으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게 할 뿐인데, 그 담백함이 오히려 마음을 건드립니다.
조원희 작가는 그동안 『미움』, 『우리 집은』 같은 작품에서도 절제된 색감과 여백으로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온 바 있습니다. 화려한 서사 대신 색 하나, 선 하나에 감정을 눌러 담는 방식은 『하루의 끝』에서도 여전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시선이 아이가 아니라 지친 어른을 향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도 나름대로 치열했구나, 그리고 그 치열함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무거운 하루의 끝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