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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가 살롱을 열다
지난 4월 17~18일 양일간, 밀라노의 오래된 문화공간 치르콜로 필로로지코(Circolo Filologico)에 세계적인 작가와 음악가들이 모였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가 처음으로 선보인 문학 행사, ‘미우미우 문학클럽(Miu Miu Literary Club)’의 현장이다. ‘라이팅 라이프(Writing Life)’라는 부제를 단 이번 행사는 대담, 낭독,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진 이틀짜리 문화 프로젝트로, 패션 브랜드가 문학과 지성의 언어로 말을 건네는 드문 시도였다.

퓰리처 수상 작가부터 영국 싱어송라이터까지
첫날인 17일에는 알바 데 세스페데스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루 스토퍼드(Lou Stoppard)의 진행으로, 2000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아 두라스탄티(Claudia Durastanti),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실라 헤티(Sheila Heti)가 무대에 올랐다. 가족, 창의성, 일 사이에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모델 티나 쿠나키(Tina Kunakey)의 낭독으로 분위기를 열었다. 오후에는 시인 세레나 브라이다(Serena Braida)의 시 낭독과 존 글래시어(John Glacier)의 공연, 영국 싱어송라이터 알로 파크스(Arlo Parks)의 무대가 이어졌다.
둘째 날인 18일에는 시빌라 알레라모를 중심으로 ‘우리의 위대한 자매들(Our Brilliant Sisters)’이라는 제목의 대담이 열렸다. 바이스(Vice) 영국 편집장 징 쳉(Zing Tsjeng)이 진행을 맡았고, 작가 셀비 윈 슈워츠(Selby Wynn Schwartz), 이탈리아 소설가 비올라 디 그라도(Viola Di Grado), 중국 출신 영국 작가 샤오루 구오(Xiaolu Guo)가 패널로 참여했다. 여성의 우정과 사랑, 과거 여성 작가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대화 끝에 마틸드 페르난데스(Mathilde Fernandez)와 아지야(Aziya)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글쓰기는 여성이 자신을 지킨 방식이었다
행사 전반의 기획을 맡은 이탈리아 문학 연구자 올가 캄포프레다(Olga Campofreda)는 이번 문학클럽의 방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과거의 위대한 작가들이 남긴 목소리를 현재 작가들과 이어 붙임으로써, 글쓰기가 어떻게 여성의 생존 전략이자 표현의 공간이 되어왔는지를 다시 묻는 자리라고. 유럽의 오랜 문학 살롱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행사는 대화와 낭독, 음악이 한 공간에서 섞이는 방식으로 그 정신을 이어받았다.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
미우미우 문학클럽은 브랜드가 오랜 시간 이어온 문화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미우미우는 올해로 27회를 맞은 여성 영화감독 지원 이니셔티브 ‘우먼스 테일(Women’s Tales)’을 통해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꾸준히 넘어왔다. 이번 문학클럽은 그 시도를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한 첫 사례다. 옷을 파는 브랜드가 책을 읽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에서 나눈 질문들이 오래 남는다.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 글이 세대를 넘어 읽힌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