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동행 “그동안 항상 네 곁에 있었어.”

내가 함께 있을 | 글·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 웅진주니어 (2007)

그림책을 펼치면, 하얀 여백 속에 오리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평범한 오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리는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이상한 존재를 느낍니다. 뒤를 돌아보니 검붉은 튤립을 들고 서 있는 해골 같은 형체. 바로 죽음이었죠.

“그동안 항상 네 곁에 있었어. 만일을 대비해서.”

죽음은 오랫동안 오리와 함께 있었지만, 오리는 이제야 그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처음엔 놀라고 두려워하지만, 죽음은 결코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오리와 죽음은 점차 친구처럼 지내게 됩니다. 함께 연못에 가서 수영하고(죽음은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무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눕니다.

오리는 “죽으면 천사 되어 구름 위에 앉아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죽음은 “오리는 이미 날개가 있으니 가능할지도”라고 답합니다. 죽음은 죽음 이후에 대해 “누가 알겠어?”라며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 대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는 따뜻한 순간들입니다.


오리는 죽음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살아있음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 하고 기뻐하기도 하죠. 죽음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삶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는 오리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마침내 오리가 늙고 추위를 느끼는 날이 옵니다. 오리는 죽음에게 “나를 좀 따뜻하게 해줄래?”라고 부탁하고, 죽음은 오리를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볼프 에를브루흐의 그림은 하얀 여백이 많아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여운 있게 전달합니다. 죽음을 무섭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과 늘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동반자로 그려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죽음은 오리를 위협하지 않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동행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할까요?

내가 함께 있을게 중에서

사실 죽음은 우리를 뒤따라오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어쩌면 나 자신의 일부이기도 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소 죽음을 나와는 무관한 먼 지점의 이야기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저자는 죽음이 꽤 괜찮은 친구라는 말을 전합니다.
이 그림책은 단순한 대화와 여백이 많은 그림이 오히려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누구나 죽음을 직면하게 됨을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냈습니다.
볼프 에를브루흐는 죽음을 다정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속삭입니다. 『내가 함께 있을게』는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걸작입니다.

볼프에를브루흐 #내가함께있을게 #그림책 #죽음 #웅진주니어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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