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옷장은 딸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보물창고

“엄마 옷 중에 안 입는 거 있어? 가방도 있지?” 결단코 얻어내겠다는 통보에 가까운 질문.
올해 스무 살이 된 딸이 엄마의 옷장 앞에 선다.

젠지세대 아이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코치백

왜 지금, 엄마 옷장인가

Z세대는 태어나기도 전인 시대를 틱톡과 인스타그램인 SNS로 배웠다. 알고리즘이 취향을 골라주는 시대, 역설적으로 ‘시간이 깃든 유일한 물건’이 가장 뜨겁다. 패리스 힐튼의 핑크 트랙수트, 캐리 브래드쇼의 바게트백, 케이트 모스의 모터사이클 재킷. 그 이미지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흘러들어왔고, 이들은 그 시대의 ‘풍’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자체를 소유하길 원한다. 젠지세대 아이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코치백은 한때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변색되고 윤기가 생긴 가죽의 패티나, 20년이 지나도 견고한 박음질과 살아있는 핏. 명품의 빈티지 아카이브 피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른다. 모든 것이 복제되는 시대, 역설적으로 ‘살아남은 것들’의 유일함이 진짜 럭셔리가 된 것이다.
로고보다 출처를. 새것보다 시간을. 과시보다 이야기를. 이 세대에게 럭셔리의 정의는 조용하고 내밀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낯익은 풍경이 눈에 띈다. 90년대 슈퍼 모델인 라지 백 어깨에 걸친 이십대, 90년대 엄마가 입던 아이다스 트랙 재킷을 청바지에 매치한 딸. ‘촌스럽다’고만 여겼던 옷들이 어느 순간 ‘레어템’이 되어 세대를 건너 돌아왔다.

동묘 구제 시장

동묘, Z세대의 쇼핑 지도

올해 5월, 데이트 장소 검색어에서 ‘동묘’가 ‘성수’를 처음 추월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구제시장이던 서울 동묘가 이제 M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이다. 고물가 속 싸고 재밌는 소비를 찾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동묘가 새로운 놀이터로 떠오르며, 저렴한 가격에 개성 있는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먹거리와 구경거리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인스타그램에서는 ‘#동묘’ 게시물이 약 67만7000건에 달하며 ‘#동묘구제시장’, ‘#동묘빈티지’, ‘#동묘시장’ 등 관련 콘텐츠도 활발하게 생성되었고, 낡은 골목을 누비며 중고 의류와 잡화를 뒤지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2000년대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그 아프고도 싱그러운 시간들. 부디 이 시절을 통과 중인 Z세대에게는 불안보다 설렘이 더 자주 머물기를.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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