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검열을 뚫고 살아남은 시 ‘자유’

폴 엘뤼아르 대표작 ‘자유’, 라트나 라마나탄 그림·신유진 번역으로 5월 22일 출간

▲보림이 펴낸 폴 엘뤼아르의 시 그림책 ‘Liberty 자유’. 양장본 40쪽, 240×355mm.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 폴 엘뤼아르(Paul Éluard)의 대표작 ‘자유(Liberté)’가 그림책의 옷을 입고 국내에 출간됐다. 출판사 보림은 인도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라트나 라마나탄(Rathna Ramanathan)이 그림을 맡고 작가 신유진이 옮긴 ‘Liberty 자유’를 5월 22일 펴냈다고 밝혔다. 양장본 40쪽, 240×355mm의 큰 판형으로 제작돼 시집보다는 비주얼북에 가까운 형태를 갖췄으며, 정가는 7만 원이다.


‘자유’는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던 1942년 발표된 시다. ‘자유’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시절, 엘뤼아르는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라는 구절을 학교 공책, 모래밭, 눈밭 등 일상의 사물 위에 반복해서 새기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이름이 ‘자유’임을 밝힌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단어를 시 형식 안에 봉인해 둔 셈이다.


이 시는 비밀리에 출간된 시집 ‘시와 진실 1942’에 처음 실린 뒤 전단지로 인쇄돼 영국 공군(RAF)에 의해 점령지 프랑스 전역에 살포됐고, 이후 레지스탕스를 상징하는 시로 자리 잡았다. 엘뤼아르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원래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시 끝에 밝히려 했으나 그 개인적 바람이 결국 더 큰 염원, 즉 점령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갈망과 포개졌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번 한국어판의 그림을 맡은 라마나탄은 영국 첼시 예술대학(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장을 지냈으며, 인도 타라북스의 디자인 철학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앞서 영어판과 프랑스어판으로도 같은 시를 작업한 적이 있다. 초현실주의 시기의 전단지와 포스터, 잡지 등 아카이브 자료에서 영감을 얻어 타이포그래피 기호와 이미지를 결합한 화면을 구성한 것이 특징으로, 초현실주의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번역을 맡은 신유진은 그간 프랑스 문학과 에세이 분야에서 섬세한 문장으로 평가받아 온 작가다. 이번 작업에서는 원시가 지닌 절제된 반복의 리듬을 한국어로 옮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Liberty 자유’는 알라딘을 비롯한 온라인 서점과 전국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알라딘에서는 정가의 10%가 할인된 6만 3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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