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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모든 일이 술술 풀립니다. 우연히 놓친 버스가 오히려 더 좋은 선택이 되고, 작은 실수조차 웃어 넘길 수 있는 하루가 됩니다. 그런 날 우리는 쉽게 말합니다.
“오늘은 운이 좋았어.”
반대로 어떤 날은 사소한 일조차 자꾸 어긋나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일이 꼬이고, 별일 아닌 순간이 하루 전체를 흔들어 놓는 그런 날이요. 그때 우리는 또 말합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운이 없지?”
그렇다면 정말로 운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같은 하루를 살아도 우리가 다르게 느끼는 것일까요.
세르히오 라이를라(Sergio Ruzzier)의 그림책 『행운을 찾아서』는 이 오래된 질문을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내려놓습니다. 설명하지도, 설득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두 사람의 삶을 나란히 펼쳐 보여줄 뿐이죠.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름부터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일이 잘 풀리는 ‘행운 씨’, 그리고 무엇을 해도 어긋나는 ‘불운 씨’.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시에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가 아니라 ‘방식’에 있습니다. 한쪽 방향으로 책장을 넘기면 행운 씨의 여행이 펼쳐지고, 반대 방향으로 넘기면 불운 씨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장면, 같은 사건들로 시작되어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독자가 느끼는 온도는 전혀 다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대비처럼 보이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상한 감정이 스며들며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행운 씨의 하루는 가볍게 흐릅니다. 길을 잃어도 새로운 풍경이 되고, 작은 우연은 기회가 되죠. 반대로 불운 씨의 하루는 자꾸만 무겁게 흔들립니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장애물처럼 느껴질 뿐이죠.
하지만 두 이야기를 나란히 떠올리는 순간, 독자는 아주 미세한 균열을 발견합니다. 사건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달라지는 것은 오직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의 방향뿐이라는 것.
이 책이 오래 머무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행운과 불운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해석하는 방식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한숨을 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행운을 찾아서』는 보여줍니다. 같은 세계를 두 번 여행하게 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합니다. 운이라는 것이 과연 외부에 있는지, 아니면 우리 안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인지.
단순한 설명 없이도 충분히 이해되는 구조, 그리고 직관적인 대비는 오히려 어른 독자에게 더 깊은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운’이라는 말 뒤에 우리의 선택과 해석을 숨겨왔을까요.
결국 이 책은 조용히 속삭입니다. 같은 하루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결국 우리 자신이라고.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남는 것은 단순한 결론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의문 하나. 오늘 내가 지나온 하루는 과연 어떤 이야기였을까요. 그리고 어쩌면 진짜 행운은 어딘가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순간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