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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5일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미술계는 이미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파리, 도쿄, 런던, 뉴욕, 서울까지 세계 주요 도시의 미술관들이 앞다퉈 ‘모네의 해’를 선포하며 특별전을 열고 있다. ‘모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을 만큼, 이 인상주의 거장의 이름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을 미술관으로 불러 모으는 힘을 갖고 있다.
노르망디에서 시작된 모네의 흔적, 파리까지
모네의 이야기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시작된다. 그가 다섯 살 때 이주해 청년 시절을 보낸 항구도시 르 아브르는 바로 인상주의의 효시가 된 작품 〈해돋이 인상〉의 탄생지다. 이곳의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뮤마(MuMa)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영국 내셔널갤러리 등 세계 주요 기관에서 모네의 초기작을 모아 특별전 〈르 아브르의 모네〉(6월 15일~9월 27일)를 열고 있다.
노르망디는 올해 100개 이상의 기념 행사로 가득 찼다. 에트르타와 페캉의 절벽 풍경을 따라 걷는 탐방 코스부터, 미식가였던 모네의 식탁을 재현한 특별 메뉴까지 지역 레스토랑마다 그의 이름을 불러낸다. 역사 도시 루앙에서는 모네가 52세 무렵부터 수년에 걸쳐 빛의 변화를 추적하며 완성한 30여 점의 연작 〈루앙 대성당〉의 탄생지로서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파리에서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9월 30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특별전 ‘모네와 시간’을 열어 그의 연작이 어떻게 시간과 빛의 변화를 포착해 왔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두 타원형 전시실 벽면 100미터를 감싸는 〈대수련〉 패널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모네가 상처 입은 인류에게 바친 위로의 결정판이다.
일본에서 한국까지, 아시아도 들썩인다
일본은 모네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가장 꾸준히 소개해온 나라다. 도쿄 아티존 미술관은 올해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전폭적인 협력을 얻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모네 회고전 〈클로드 모네 — 풍경에 대한 질문〉(2월 7일~5월 24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르세 미술관 소장 모네 컬렉션 약 90점을 포함한 14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인 대형 전시였다.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2일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특별전 《수련과 샹들리에》(~2027년 1월 3일)를 선보인다. 이건희컬렉션의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중국 현대미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를 나란히 배치해, 100년의 시차를 둔 두 작가가 ‘빛과 어둠’, ‘평화와 불안’을 각각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대비시킨다.

100년이 지나도 모네가 사랑받는 이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의 〈노르망디 해변가의 모네〉(3월 19일~7월 5일), 런던 내셔널갤러리,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이르기까지 모네의 기획전과 상설전은 올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모네를 다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상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그의 작품 〈인상, 해돋이〉(1872)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모네는 하나의 미술 사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빛의 변화와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는 그의 화풍은 전통적 재현 방식을 넘어섰고, 이후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모네는 평범한 순간에서 가치를 발견해낸 첫 번째 화가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찰나의 빛을 가볍거나 일시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 자체의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해냈다. 모네가 1883년부터 말년까지 43년을 보낸 지베르니 정원은 지금도 4월부터 11월까지 방문객의 발길을 이끄는데, 그는 “화가가 되지 않았으면 정원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삶 자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가꾸었다.
100년이 흐른 지금도 세계 미술관들이 모네를 불러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발견한 순간의 아름다움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바래지 않는다.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일상 속에 숨겨진 빛나는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한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