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스 할머니가 증명한 ‘진짜 나이’의 가치 

모지스 할머니 작품

화려한 데뷔보다 빛나는 것은 76세에 붓을 든 용기

‘젊음’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개는 탄력 있는 피부, 활기찬 신체, 혹은 사회적 성취를 떠올린다. 그래서 많은 시니어들은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을 주저하고, 스스로를 ‘지나간 세대’로 규정하곤 한다. 하지만 101세까지 현역 화가로 살았던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삶은 그 기준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말해준다.

모지스 할머니는 평범한 농부의 아내이자 10남매를 키운 어머니였다. 평생을 가사 노동과 농장 일에 헌신했던 그녀가 화가로서의 인생 2막을 시작한 것은 76세라는, 누군가는 인생을 정리할 나이라고 생각할 시점이었다. 관절염으로 더 이상 바늘을 쥘 수 없게 되자 그녀는 붓을 들었다. 늦깎이 데뷔였지만, 그녀가 그린 소박한 농촌의 풍경은 산업화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젊은 세대는 종종 시니어의 삶을 보며 “이미 늦었다”거나 “이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모지스 할머니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말하는 ‘늦었다’는 기준은 정당한 것인가?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모지스 할머니는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1,600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에게 70대 이후의 삶은 ‘노후’가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황금기’였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회고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제 너무 늦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지금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때였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들은 종종 자신의 열망을 뒤로하고 생존을 위한 절약과 가족을 위한 희생을 먼저 생각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그들의 경제적 태도는 삶을 지탱하는 생존의 언어이다. 하지만 그 생존의 토대 위에 ‘나의 즐거움’과 ‘새로운 도전’이 얹힐 때, 비로소 노년은 빈곤의 시간이 아닌 성숙의 시간이 된다.

젊은 세대 역시 시니어를 향해 “은퇴했으니 쉬라”거나 “무언가를 배우기엔 너무 늦었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대신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함께 배워볼까요?”라는 질문을 건네야 한다. 모지스 할머니가 76세에 화가로서의 삶을 꽃 피웠듯, 나이는 새로운 역할을 시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다.

건강한 장수란 단지 오래 살아남는 것을 넘어, 자기 역할을 계속 갱신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일에 가깝다. 90대, 100세가 되어도 붓을 들었던 모지스 할머니처럼, 우리 주변의 시니어들이 나이라는 숫자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꿈을 다시 꺼내 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어제보다 오늘 더 젊게, 자신의 삶을 다시 그리기 시작할 뿐이다.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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