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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그림과 시적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 출간됐다. 물고기와 새, 동물과 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 속 인간의 자리를 조용히 되묻는 책이다.
보림 출판사는 그림책 작가 전미화의 신작 그림 에세이 『바다 안 물고기에게 하늘 안 새에게 숲 안 동물에게 그리고 인간에게』를 6월 5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청명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짙은 숲 속에서 저마다의 생명을 이어가는 동식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연약한 인간이 등장하면서 세상에는 암흑이 몰려온다. 검은 모래가 세상을 뒤덮고, 생명의 불씨는 하나둘 꺼져 가며, 결국 인간만이 홀로 남는다. 책은 묻는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과연 그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작가는 “인간은 자연의 극히 일부다. 자연과 공존하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어둠에 갇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지 모른다”며 “그 결말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AI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시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된 시대이지만, 정작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점점 희미해지는 현실을 이 책이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이다.
자칫 관념적으로 흐를 수 있는 ‘공존’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작가는 간결하고 시적인 언어로 붙들어 냈다. 불필요한 것을 생략한 짧은 문장들은 직관적이면서도 독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여백을 두어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공간을 남겨 뒀다.

그림에서도 실험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채울 곳은 강렬한 색채로 가득 채우고, 비울 곳은 과감히 비워 장면마다 극적인 대비를 연출했다. 힘 있는 먹선은 장면이 전달하는 바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특히 표지에서 제목을 덜어낸 파격적인 디자인 선택은 전미화 작가의 그림이 지닌 존재감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한 장 한 장이 독립된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전시를 감상하는 경험과 닮아 있다.
전미화 작가는 『씩씩해요』, 『빗방울이 후두둑』, 『어딘가 숲』 등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온 작가다. 이번 신작은 그간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자연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과 땅이 닫히는 순간은 세계의 종말처럼 보이지만,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흰 빛은 여전히 희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출판사 측은 “지금이라도 서로를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면 세상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바다 안 물고기에게 하늘 안 새에게 숲 안 동물에게 그리고 인간에게』는 250×375mm 양장 판형, 52쪽이며 정가 3만 원이다. 전국 주요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야기씨 김소영 eyakic@naver.com